보위부 “남조선 말씨 썼다” 이유로 탈북민 가족 긴급체포

소식통 "국경지역 보위부 움직임 심상찮다"…정보유출 통제·단속 강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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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한국 말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탈북민 가족이 긴급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일 양강도 보천군 보위부는 보천군 장마당 인근에서 담배를 구매하며 한국 말씨로 말했고, 평상시에도 한국 사람과 비슷한 말씨를 썼다는 이유를 들며 3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 말씨를 썼다는 것은 군 보위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실제 그의 억양은 한국 말씨와는 거리가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보위부가 그를 체포하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다.

이 사건에 대해 군 보위부에서는 ‘조사 결과 그의 가족이 남조선(한국)에 있고, 체포 당시 이 남성의 몸에서 중국 돈 2만 5000위안(한화 약 430만 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이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이 남성에게 죄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명분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남성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보위부가 이미 그를 체포할 목적을 갖고 표적수사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주민들 속에서는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평시에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아무리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해도 어떻게 한국말을 똑같이 할 수 있는가’라며 ‘보위부가 생사람을 잡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최근 인근 혜산시에서도 우상화물(동상) 폭파 시도가 있었다는 등의 각종 내부정보와 자료를 입수해 남조선에 넘기려던 이들이 도 보위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며 “요즘 보위부의 움직임이 너무 살벌하고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당국은 중국과 맞닿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법 도강(渡江) 등 탈북 행위는 물론 외부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극도로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말에는 양강도 보천군 보위부 부부장이 직접 주민 대상 강연회를 진행, 외부와의 통화 행위 등을 비난하면서 주민 감시와 신고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본보는 당시 “보천군 보위부 부부장이 혜산을 비롯해 여러 국경지역에서 외부와 내통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에 있는 친척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돈을 받아 쓰는 행위는 반혁명적 행위라고 지적했다”는 양강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보위부 부부장이 직접 나섰다… “외부와 내통, 反혁명적 행위”)

공안조직의 고위 간부가 직접 주민 강연에 나서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내부정보 유출 행위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편, 북한 당국은 내부정보 및 자료를 외부로 내보낸 사례가 적발되면 형법상 ‘조국반역죄’(제63조)나 ‘민족반역죄’(제68조), ‘비법적인 국제통신죄’(제222조) 등을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특히 조국반역죄와 민족반역죄와 같은 반국가·반민족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최대 사형까지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